새누리당의 총선 공략 정리.
1) 조세
불로소득 과세 강화 - 장내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 신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 조정,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 등.
2) 부동산 정책
5월 전 부동산 대책 나올 수도
조세 제도와 함께 가장 급물살을 탈 정책이 부동산 정책이다. 지난 2월 부동산 대책을 만지작거리던 정부는 발표 시기를 고민하다 선거 이후 발표하겠다며 한발 뺐다. 이제 총선도 끝난 만큼 여당과 정부는 하루빨리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5월 19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온다고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수준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 의견이다. 총선 전 양당은 모두 ‘개발’보다 ‘서민 주거 안정’에 방점을 찍는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이다.
이전까지는 총선 때마다 공약이 지켜질 것인지 여부는 뒤로한 채 각종 ‘개발’ 공약이 난무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워낙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데다 전월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민 주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만큼 ‘개발’ 이슈를 입에 올리기조차 조심스러웠던 탓이다.
가장 먼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눈길을 끈다. 민주통합당은 전면적인 전월세 상한제를, 새누리당은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한해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제 새누리당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이나마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의 반대 의지가 너무 확고해서다. 관할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상한제를 도입하면 상한제가 도입되기 전에 미리 가격을 올리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주택 바우처 제도는 전월세 상한제보다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국토해양부도 주택 바우처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주택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임대료가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임대료의 일부를 쿠폰 형태로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도입이 논의됐지만 계속 유야무야돼왔던 만큼 이번에도 ‘꼭 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정도가 걸림돌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 더 파급력이 클 내용은 여당 일각에서 제기한 일괄적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나 양도소득세 중과제도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들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새로운 국회에서도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의석수를 크게 늘린 만큼 야당의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화됐다. 야당의 반대를 차치하고서라도 대선에 앞서 서민층 표심을 달래야 할 새누리당이 이 법안의 처리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다.
법 개정 필요 없이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대책은 실시가 가능하다. 거래 침체가 심각한 수도권에 한해 지난해 말로 종료됐던 취득세 50% 감면이 다시 도입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대책이다. 집값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주택 투기지역 해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추정도 설득력이 있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유명무실화된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3) 기업정책
‘기업 때리기’ 기조 여전
4·11 총선은 이전에 비해 유난히 ‘대기업 때리기’가 극심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민층 민심이 심상치 않던 터라 정치권이 대기업에 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재계는 새누리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주장했던 ‘순환출자 금지’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되는 대신 대선 이후로 잠시 유예된 덕분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잠시 유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4·11 총선 결과 정당투표 득표율은 새누리당 42.8%, 민주통합당 36.45%, 통합진보당 10.3%, 자유선진당 3.23%로 최종 집계됐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득표율을 합치면 46.75%로 새누리당을 4%가량 앞선다. 이 힘이 대선 때 어떻게 발현될지 모른다. 때문에 아무리 전통적으로 재계에 우호적인 새누리당이라 해도 예전처럼 마구잡이 식 규제 완화는 물론 재계 봐주기 식 행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
새누리당 기업정책의 핵심은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영역 보호, 부당한 단가 인하 강요와 담합 행위 같은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등 3대 정책으로 정리된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대기업의 고질적 관행을 확실히 잡겠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붙는다.
직접적인 대기업 개혁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쨌든 ‘공정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정책이 펼쳐질 상황인 만큼 대기업들은 당분간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기업 때리기와 궤를 맞춰 비정규직 정책 변화도 관심사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문제를 5대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차별 개선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이다.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모든 형태의 근로 보상이 비정규직에게도 동일하게 지급되도록 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까지 공공 부문의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한해 비정규직 고용을 전면 폐지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상여금, 명절선물 등 각종 복리후생, 인센티브 등 그동안 비정규직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혜택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고용 철폐는 비현실적이란 평가지만, 정규직 혜택을 비정규직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공약과 별도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노동계 출신 인사는 15명가량 되는 만큼 이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특히 민주통합당에서만 11명의 노동계 인사가 국회에 입성했다.
4) 기타
뉴타운 출구전략 탄력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인물인 이해찬 전 총리가 세종시 초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충남권 맹주인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였다. 여러 가지 의미가 중첩된 셈이다.
범야권 최고 기획통으로 꼽혀온 이해찬 전 총리는 당초 총선 출마에 부정적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거듭된 출마 요청에 결국 출사표를 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이 ‘세종시 지킴이’임을 강조했다. “세종시에 수도권을 끌어내리고 영호남을 끌어올려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 것”이란 약속도 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당선된 만큼 세종시 이전 문제가 적어도 지지부진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에 이견이 없다.
서울은 자치구청장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야당이 휩씀에 따라 뉴타운 출구전략이 한층 힘을 받게 됐다. 종로구에서 당선된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은 뉴타운 재검토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원병의 노회찬 통합진보당 당선자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계뉴타운 재검토를 주장한다. 노웅래 마포갑 당선자는 아현뉴타운 등 지역 내 재개발 사업 중 주민 반대가 심한 곳은 하루빨리 해제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